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대부분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따라 적절하게 자원을 배분하고, 성과평가를 통해 목표에 의한 관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계획은 통상 그 수립기간에 따라 3~5년 주기의 중장기 계획과 1년 단위의 사업계획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 1년 단위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ERP의 계획 기능을 사용하곤 한다.
특히 CO 모듈은 OM, PC, PA 등 모든 서브 컴포넌트에 "계획"이라는 파트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CO 컨설턴트라면 빼놓지 말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RP의 계획 기능은 결산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산출한다.
이렇게 입력/산출한 데이터는 부서별/항목별 비용 실적과 비교할 수 있고, 표준원가를 통해 제품별로 비교할 수 있으며, 다차원 수익성분석까지 연계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나도 과거에는 이 이상으로 훌륭한 시스템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싶었었다. 심지어 SAP 경영계획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회사는 관리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착각했었던 적도 있었다.
1. 하지만 그럼에도 경영계획은 늘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SAP ERP를 도입했음에도 스탠다드 계획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엑셀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곤 한다.
또는 SAP ERP를 통해 계획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추가로 엑셀을 통한 정리와 조정을 항상 하곤 한다.
왜 그럴까?
위 그림은 SAP ERP Integration Planning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예전 글인 『(훑어보기) S&OP에서 액티비티 소요량계획까지』에 상세한 내용을 정리한 적이 있다)
SAP 표준 기능으로 계획을 수립하려면 위 그림처럼 최소한으로 잡아도 무려 30 여개의 T-CODE를 수행해야 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SAP의 T-CODE를 하나하나 창을 띄워서 실행한다는 게 생각보다 여러모로 불편하다. 이걸 하나씩 정리해보자.
(1) 여러 T-CODE 실행에 따른 소요시간이 길다.
각각의 T-CODE에 내재된 LTP나 배부사이클, 표준원가 계산, KEPM, Top-down 배부 등의 기능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걸 마치 결산 작업처럼 하나하나 창을 띄워서 돌리고, 잘못된 경우 역분개하는 과정에서 시간소요가 많이 발생한다.
(2) 여러 참여자로부터 데이터를 취합/검증하기 어렵다.
판매팀에서 판매계획, 생산팀에서 생산계획, 구매팀에서 구매계획, 인사팀으로부터 인력 계획, 전체 팀으로부터 비용계획/투자계획 등 여러 팀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데이터가 너무 많다.
그리고 경영계획의 최종 책임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결국 기획팀이 가져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각 팀에서는 본인 팀에서 직접 활용할 내용이 아니라 데이터의 품질이 떨어질 수가 있다. 이에 대한 후속 검증을 결국 기획팀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각 팀의 의지와 상관 없이 기획팀에서 원하는 조정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 조정을 기획팀에서 스스로하지 못하고 현업 부서에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꽤나 많은 시간과 커뮤케이션 비용이 소모된다.
(3) 빠른 변경 요구나 잘못된 데이터의 수정도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경영계획 수립 작업이 거의 완료되어 CO-PA까지 데이터를 만들어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 때 BOM과 라우팅의 오류가 발견되어 앞 부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면?
단순히 CK40N만 다시 돌려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BOM에 연계된 하위품, 그리고 라우팅에 연계된 코스트센터의 액티비티 수량이 바뀌기 때문에, CCA의 비용계획부터 다시 조정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그것도 그냥 다시 돌리면 되는 게 아니라 순서에 맞게 역순으로 역분개도 해줘야 한다.
이처럼 여러 개의 긴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전체를 취소하고 다시 수행해야 하는 게 꽤나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엑셀이었다면 모든 수식이 연결되어 앞에서 바꾼 값이 뒷단계까지 한꺼번에 변할 텐데, SAP 스탠다드로는 그런 기능이 없다.
그리고 경영계획이라는 게 늘 한 번에 다 끝나지 않는다.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위한 숫자의 정합성 검증 과정, 의지치에 따른 조정, 단계별 보고를 거치면서 수정 작업이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다시 역분개하고 고치고 처음부터 수정하는 과정을 또 거치라는 건? 거의 월 실적 결산을 한 번 더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들다.
그래서 SAP를 쓰는 회사더라도 ① SAP로는 1차적으로 계산만 하고 최종 수정은 엑셀을 통해 조정 후 보고/확정하거나 ② 아예 처음부터 엑셀로 경영계획을 모두 수립하고 SAP에는 최종 결과만 업로드하는 방식을 쓰거나 한다.
(4) 시나리오에 따른 버전별 시뮬레이션이 미약하다.
물론 ERP에는 버전 기능이 있다. 버전 복사 기능도 있다. 그렇지만 각 버전별로 수정하려면 결국 저 수많은 T-CODE 중 절반 이상은 다시 돌려야 한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각 버전에 데이터가 각각 두 벌 이상으로 있어야 하므로 꽤나 많은 용량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기능은 정말로 많이 부족하다. 시뮬레이션이라 함은(또는 What-if 분석이라 함은), 앞단계의 여러 상황변수의 변화의 따라 끝단계의 변화값을 보고 최적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SAP로는 이렇게 하려면 새로 버전을 만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수행하거나, 기존 버전의 모든 결과값을 역분개하고 다시 수행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5) 예외사항 반영이 어렵다.
계획이란 늘 의지치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그때 예외사항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예외사항에 필요한 로직들은 통상 CBO로 보완하여 개발하곤 한다. 그렇지만 ABAP과 ALV로 구성한 화면 그 자체의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다.
예외사항이란 대부분 임시적인 로직인데, 이를 위해 ABAP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것 자체가 우선 불편하다. 또, ALV에서 입력하는 것도 사실 그 자체적으로 불편하다. 화면에 로직이 들어가면 리프레쉬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 차라리 엑셀이라면 그때그때 수식을 추가하거나 행/열을 추가할 수 있어서 오히려 수월할 때가 있다.
2. 제조업의 계획원가(CK40N)와 연계 부분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6) 계획 편성 수준은 자재코드 단위로 강제된다.
이 부분이 심각하다.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제품군이나 제품그룹단위가 아닌, 개별 자재코드 단위로의 계획이 강제된다. 여기서 수많은 실무적/이론적인 도전을 받는다. 물류쪽 컨설턴트나 현업과 자주 충돌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물량계획을 위한 품목을 실제 생산하는 품목 수준으로 설정하는 경우, 각 팀에서 고객별 판매계획과 공장별 생산계획을 편성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최근처럼 다품종화와 제품수명주기가 짧아지는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부담이 된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차종별로 다양한 옵션이 붙은 Full Spec 단위별로 판매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 한다고 하면 그 단위별로 전부 BOM/라우팅을 전개해서 계획을 수립하는 게 과연 정확하기는 한 걸까? 의문이 든다.
거기다가 계획을 위한 기준정보를 실제 운영을 위한 기준정보와 달리 가져간다면? 예를 들어 BOM이나 라우팅의 용도 구분이 필요하다면?(계획용으로 용도 6번을 쓰는 등)
이또한 엄청난 부담이다. 가뜩이나 BOM 라우팅 등의 기준정보를 정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걸 계획용으로 별도로 관리하고 정합성까지 검증하는 데서 정말 많은 공수가 들어간다.
그런데 SAP의 표준원가 기능은 결국 자재코드 수준으로 강제된다. CK40N 등을 이용한 원가계산은 결국 자재코드 단위로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Base Planning Object라는 기능으로 별도의 수량구조를 가져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또한 대량 입력에서 편의성은 떨어져서 그대로 쓰긴 어렵다.
(7) 신규 기준정보가 추가되는 경우 반영이 어렵다.
신규 제품에 대해 아직 아무런 기준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계획원가를 수립하기 어렵다. 아직 시험생산조차 안 해본 경우라면 해당 제품에 대해 표준공수가 얼마나될지, 확정 BOM/레시피 구성은 어떨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역시 Base Planning Object나 without Quantitiy Structure 방식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는 있겠으나 역시나 입력이 편하진 않다.
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거래처, 품목, 투자항목 등에 대해서 기준정보를 일일이 만드는 게 과연 맞을까? 특히나 MDM 등을 통해 운영기준정보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경우라면, 이런 식의 계획 기준정보가 ERP 내에 난립하는 게 운영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8) SAP 표준원가는 수불에 따른 재고금액의 이동평균을 고려하지 않는다.
특정 월까지 제품이 단종되는 부분을 반영하려면 계획원가도 월단위로 구성해야 한다. 또는 계절성을 고려할 때도 그렇다. 계획원가를 연단위로 구성할 수도 있지만, 더 정교함이 필요한 경우라면 월단위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SAP 표준원가는 생산계획에 따른 재고를 고려하지 않는다. 해당 조업도만큼 전부 생산하고 전부 판매할 것으로 가정하여 구성한다.
따라서 아무리 표준원가를 월단위로 구성한다고 해도, 전월부터 남았던 재고와 당월 생산재고의 평균 금액을 계산해주는 로직은 없다.
물론 계획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긴 하다. 이건 완전한 단점은 아니지만 현업 사용자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이에 포함해보았다.
(9) 결국 액티비티 소요량계획은 생산계획에 의한 LTP로만 나올 뿐이다.
물론 액티비티 수량에 있어서 LTP에 따른 LOAD 대신 CAPA를 입력할 수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 글인 『액티비티 가격(배부율)의 CAPA vs. LOAD』에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공장 가동계획과 연계하여 CAPA를 산출하 스탠다드 화면이 있다든지 하진 않다. 그냥 각 워크센터(코스트센터)별로 액티비티 소요량을 입력할 뿐이다.
그리고 LTP에 따른 액티비티는 표준 라우팅에 입력할 수 있는 표준값 키가 최대 6개이므로, 연계되는 코스트 컴포넌트도 결국 6개인 한계점이 있다. 6개 이상의 액티비티를 입력하려면 라우팅을 더 복잡하게 구성하든지, 또는 별도로 액티비티를 산출하는 로직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유형 | 내용 |
일반적인 이슈 | (1) 긴 소요시간 |
(2) 여러 참여자로부터 데이터를 취합/검증하기 까다로움 | |
(3) 경영진의 빠른 수정 요구나 오류 수정에 시간이 걸림 | |
(4) 시나리오에 따른 버전별 시뮬레이션이 부족함 | |
(5) 예외사항 반영이 어려움 | |
매출원가 계획의 이슈 | (6) 자재코드 단위의 계획 편성 수준이 강제 |
(7) 계획용 신규 기준정보에 대한 반영이 어려움 | |
(8) SAP 표준원가는 재고수불을 고려하지 않음 | |
(9) 액티비티 소요량 계획은 LTP를 통한 LOAD 방식만 스탠다드로 지원 |
그렇다면 SAP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계획 기능은 이미 예전부터 BPC라는 시스템을 통해 별도 솔루션화를 해왔고, 현재는 SAC라는 솔루션을 통해 Planning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SAP ERP 내의 계획 기능은 더이상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으며, 이 SAC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Solution of Choice로 되어 있다.
바로 이어서 다음 글에서는 이 SAC의 핵심 기능에 대해서 소개하고 과연 Right Solution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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