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RP 프로젝트

나의 문서 작성 스타일

 

 

문서 작성에 정답이 있나? 정답까지는 몰라도 산업군마다 직군마다 사람마다 스타일은 다 있는 것 같다. 딱 잘라 어떤 스타일이 옳고 어떤 스타일은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굳이 말하자면 맞춤법만 맞으면 거의 취향에 영역에 가깝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맞춤법도 우리가 무슨 방송/출판물을 내는 것도 아니고 좀 틀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를 원한다'는 뜻으로 '바람'이라고 하는데 우리 일상 생활이나 노래 가사에서는 '바램'이라고도 많이 하지 않는가? '바램'은 '색이 바래다' 같을 때 쓰는 말이기 때문에 둘은 다르지만, 일상 생활에서 하도 '바램'이라고 많이 써서 이것도 뭐 언젠가는 표준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예로 '며칠'이 있는데 현재 규정상 며칠은 언제나 며칠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며칠'이라고 쓰는 게 맞다. 그런데 우리 일상 생활에서 보면 '몇일'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사실 이런 경우라면 '몇 일'이라고 띄어 쓰는 게 더 맞겠지만)

 

이처럼 표준어 맞춤법은 절대 규칙이 아니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말이라는 게 무슨 "태초에 표준어라는 게 있었다!" 라면서 만들어지고 전파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중이 사용하는 입말이 먼저였고 그 소통 규칙을 정리한 게 우리 맞춤법이다. 따라서 지금은 표준어가 아닌 말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언제든지 표준어로 바뀔 수 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내가 문서를 작성할 때는 웬만하면 맞춤법에 맞춰 쓰고 비문도 없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절대 규칙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는 건 최대한 맞추는 게 덜 찜찜해서 그렇다.

 

그래서 나로부터 나오는 산출물은 기본적인 틀은 PMO 가이드를 따르되 세부 디테일에는 살짝 내 스타일을 쓴다. 다른 사람의 스타일은 당연히 다른데 그건 그거대로 존중한다. 앞서서 말했듯 정답이란 없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스타일에 따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정한 스타일을 남에게 강요하면 그게 꼰대라고 본다. 그리고 스타일이란 게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 변한다. 나도 계속 조금씩은 달라져왔다. 앞으로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과 현재 내 생각에 대해서 써보겠다. 작은 주제별로 내가 어떤 걸 더 선호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내 생각을 말하려 한다. 이건 '현재의 내 의견'일 뿐 정답은 아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아무리 내 취향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해도 자기 취향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차피 나도 또 달라질 수도 있다. 

 

 

 


 

1. 알파벳, 한자, 한글

이런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각 System 間 상호 Interface 체계 구축 時, Mapping 설계 항목 多"

 

 

어떻게, 좀 있어 보이시는지? 나는 좀 정도가 지나치다고 본다. 이 짧은 글에 영어, 한국어, 한자어가 다 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 정도면 한영혼용체를 넘어서 한영한혼영체 정도 되겠다.

 

한국어와 더불어 영어와 한문까지 모두 잘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웬만해서는 상대가 일개국어화자라는 원칙을 갖고 한글 전용으로 쓴다. 그렇게 쓰는 게 더 가독성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 스타일이다. 정답이란 뜻이 아니다)

 

나라면 이렇게 쓸 것 같다.

 

"각 시스템간 상호 인터페이스 설계를 위한 매핑 항목 다수"

 

근데 이것도 문서의 목적이 무엇인지, 해당 문서를 받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에 따라서 또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만약 상대가 IT 용어에 능숙하다면 '인터페이스' 정도는 'I/F'로 바꿔 써도 좋을 것 같다. 업계 종사자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단어이기도 하고 줄임말에서 얻는 경제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IT'도 굳이 '아이티'라거나 '정보기술'로까지 바꾸긴 또 너무 심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자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진 않는다. 나도 가끔 쓴다. 무언가 압축적으로 강조하고 싶을 땐 효과적인 편이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한글+한자, 한글+알파벳 정도로만 쓰지 한글+한자+알파벳이 모두 들어가게는 안 쓰려고 한다.

 

 

 

2. 영어와 외래어, 어떻게 할까?

이것도 내 취향인데, 나는 가급적이면 외래어도 한글로 쓰는 편이다. 영어랑 외래어가 뭐가 다르냐고요? 영어는 영어고 외래어는 한국어란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영어 Apartment로부터 온 말이고 이제는 한국어인 말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System'이나 'Process' 같은 단어도 웬만하면 한글로 '시스템', '프로세스'라고 쓴다. 둘다 외래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일관성 있는 건 아니어서, 만약 'As-Is Process' 같은 걸 쓸 때는 그냥 알파벳으로 쓰기도 한다.

 

때로는 영어로 쓰는 게 더 확실한 의미를 전달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영어로 쓴다. 예를 들자면 "Single Source of Truth" 같은 말을 쓸 때 그렇다.

 

한글로 적었을 때 글자 형태가 괜히 어색하다 싶으면 알파벳으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Hierarchy' 같은 단어를 굳이 '하이어라키'라고 쓰진 않는다. 굳이 쓴다면 '계층구조'라는 말을 쓰고 그게 전달이 부족할 것 같으면 그냥 'Hierarchy'로 쓴다.

 

그러다 보니 '업데이트' 같은 건 한글로 잘 쓰는데 '인서트'라는 건 못 쓰겠다. 그럴 땐 그냥 '삽입'이나 '생성'을 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엉망이다 ㅋㅋㅋ)

 

 

 

3. 띄어쓰기는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포기하는 게 맘 편하다. 띄어쓰기는 맞춤법의 끝판왕이라 제대로 맞춰쓰긴 정~~~~말 어렵다. 다만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은 맞춰보자는 게 또 내 스타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맞출 만큼은 맞추되 100% 맞추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까진 없다고 본다.

 

아래 예시를 보자.

 

제품 별 고객 별 손익센터 별 수익성분석 ← '-별'을 띄어쓰기한 경우 (X)
제품별 고객별 손익센터별 수익성분석 ← '-별'을 붙여쓰기한 경우 (O)

 

 

'-별' 같은 건 많은 사람들이 띄어 쓰는데 나는 꾸역꾸역 붙여 쓴다. '-별'은 접미사이기 때문에 붙여서 쓰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럼 '수익성분석'은 왜 붙여 썼냐? 이건 일반적인 의미에서 '수익성을 분석하는 의미'라면 띄어 썼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일부러 붙여 썼다. 이건 내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수익성분석'이 SAP의 'Profitability Analysis'의 번역어이고, 고유명사이면서 복합명사이기 때문에 붙여 썼다. 이런 것도 내 스타일이다. 사실 아무도 이렇게 하지도 않고 꼭 이렇게 하란 법도 없다.

 

MS 오피스에서 붉은 줄로 표시해주는 맞춤법 검사는 믿지 말자. 대부분 띄어서 쓰지 않으면 붉은 줄로 표시한다.

 

맞춤법 검사로 제일 좋은 건 역시나 부산대에서 개발한 맞춤법 검사기라고 생각한다. 이걸로 정말 많이 배웠다.

 

http://speller.cs.pusan.ac.kr/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Copyrightⓒ2001 AI Lab & Narainfotech. All Rights Reserved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과 (주)나라인포테크가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이 검사기는 개인이나 학생만 무료로 사용

speller.cs.pusan.ac.kr

 

 

 

4. IT 용어보다는 비즈니스 용어를 주로 쓰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가급적이면 IT 용어보다는 비즈니스 용어를 쓰려고 한다. 우리가 설명하는 대상이 대부분 해당 비즈니스 현업이라서 그렇다.

 

이것도 사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많이 다른데 만약 상대가 회계/재무팀이라면 최대한 회계 용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IT인이라면 과감하게 봉인 해제하고 IT 용어를 쓴다.

 

회계 용어를 쓸 때는 해당 문구가 회계원칙에 따라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꼭 세심하게 살펴본다. 잘못해서 엉뚱하게 쓰면 그만큼 신뢰도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용어사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데 내 경우 회계 용어는 K-IFRS 기준서나 국세청 용어사전을 참고한다. SCM 용어는 미국생산협회에서 만든 APICS Dictionary라는 걸 참고한다. SAP 용어는 당연히 SAP Help를 먼저 본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https://www.samili.com/acc/mastertree.asp?bcode=1978-1&op=1&op2=2 

 

삼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www.samili.com

 

국세청 용어사전

https://txsi.hometax.go.kr/docs/customer/dictionary/wordList.jsp

 

용어사전

용어사전은 국세청의 공식의견이 아니고, 용어는 문맥에 따라 의미나 표현이 다양하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여 주십시오. 용어사전 한글명 한자명 영어명 해설 "도세, 시·군·구세, 특별시세,

txsi.hometax.go.kr

 

APICS Dictionary

https://www.ascm.org/apics-dictionary-16th-edition/

 

APICS Dictionary는 구매해야 하는 책이다. 난 과거에 공부했을 때 갖고 있던 책이 있어서 그걸 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용어가 SAP MM, PP 용어와 겹치기 때문에 그쪽을 참고해도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SAP Help (CO)

https://help.sap.com/viewer/5e23dc8fe9be4fd496f8ab556667ea05/2021.000/en-US/5cd170526837214fe10000000a445394.html

 

 

 

 


 

그렇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S/4HANA도 S/4와 HANA를 붙여 써야 하고 다 대문자로 써야 한다. 피오리는 꼭 Fiori로 써야 한다. SAP에서 그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런 것들도 최대한 맞춰주려는 게 내 스타일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냐는 생각도 든다. '에스포하나'든 '하나에스포'든 말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표준원가'라고 쓰든 '표준 원가'라고 쓰든 뭐가 중가.

 

그래서 최대한 맞추려고는 하지만... 피곤하면 그냥 대충하고 살려고 한다. 지금 이 글도 모르긴 몰라도 엄청 틀렸을 것이다.